땡땡이

정수생각 2012. 3. 9. 22:26
어제 아프다고 하고 수업을 땡땡이 쳤다.
나의 첫 땡땡이는 고등학교 1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요일만 되면 나는 야자를 땡땡이 치고 교회의 금요찬양을 가곤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나는 미친 스케쥴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학교가 멀어서 새벽 같이 나가서 스쿨 버스에 올라탔고, 그 스쿨버스는 3학년 선배들 때문에 거의 앉지 못했었다.
그러기를 1시간 가까이 걸려서 학교에 도착하면 9시까지 full schedule이었다.
집에 오면 너무 힘들어해서 부모님이 과외를 시켜주셨는데, 거기서 마저 만날 졸곤 했었으니...
어려서부터 허약체질이었던 나는 매우 힘들어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금요일이 너무 좋았다.  
공부를 어느 정도 했었고 치아 교정을 하던 터라 금요일마다 치과를 간다고 담탱이한테 거짓말을 하고 교회를 갔었다.  땡땡이의 짜릿함은 역시 거짓말인 것 같다.
선생님께 쌓은 두터운 신뢰도를 역이용하는 카운터 펀치...
아픈척하는 건 또 내가 도사니까...

솔직히 바쁜 것보다 그냥 너무 압박에 허덕여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땡땡이를 쳤다.
나는 원채 주사파(4days in a week) 스케쥴이 잘 맞는 녀석이어서 항상 주중에 하루는 수업이 없어야 그 학기 성적을 후하게 맞고 마치곤 했는데, 대학원이 되니까 수업이 있던 없던 교수 눈치보며 매일 랩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요즘 힘들게 했다.  물론, 땡땡이를 치면 후한이 두렵다.  그만큼 나중에 make-up하는데 힘들다.
하지만, 도저히 못해먹겠는 걸 어떻게 하냐...
방학 내에 충분히 쉬었어야 했는데, 너무 빡빡한 여행 스케쥴에 몸과 정신이 많이 피폐해졌었나보다...
솔직히 지난 학기보다 시간이 더 많은데 왜 이렇게 못따라가는 지 모르겠다.
아니, 많지는 않은 거 같다.  훨씬 스트레쓰 받는 일들이 많이 있으니까...
푹 쉬고 나니까 조금 개운하긴 한데, 밀려오는 압박감은 해야지만 없어지는데...
To do list가 점점 길어지는데, cross out하는 건 너무 느리고...
이 세상 삶이 죽을 때까지 이럴 꺼 같긴 한데, 왜 이렇게 시간이 없이 사는 지...
영성 훈련은 다 강아지나 줘버린듯...
쉬면서 내 삶을 돌아보기 보다는 잠을 자기에 바쁘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도 딱한 현실이다.

오랜만에 주님의 안식을 그리워해본다.  가장 알맞은 것... 내 육체가 고통스럽지 않은 상황... 정신적으로 마냥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상황...  안식...  은혜를 입어야만 할 수 있는 것...
이름의 뜻에 안식이 있는 노아가 은혜를 입었기에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근데 그 망할 영원한 생명은 이 땅의 눈으로는 정말 말 그대로 망할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그 것을 향해가는 것은 쉽지 않다.
자꾸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대체하려는 교만을 그만두려고 한다.
내 헛된 열심이 하나님의 열심으로 완전히 정복되는 그 날까지...
내 자아가 그 크신 하나님의 은혜에 완전히 무릎 꿇는 그 날까지...
하나님은 착하게 살아보라고 나를 이 땅에 보내시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악하고 얼마나 무능한 지를 알라고 이 땅에 보내셨다.  그러므로, 사랑이신 그 분을 깨달으라고... 
회개하라 박정수야! 천국이 이미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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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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